제주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제주살이를 조금 더 수월하거나 재밌게 하지 않을까? 특히 제주의 청년들이 자꾸 떠난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제주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실험'의 일환으로 제주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청년 5명을 찾아나섰다! 청년들의 이야기가 다른 청년들이 제주에 머물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재밌게 봐줘.
인기 많던 비건식당 치지레이지가 어느날 문을 닫고, 작은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작은배??
소신 :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책에서 자기가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방식에 대한 글을 봤어. 진짜 넓은 바다에 작은 배가 떠 있어. 멀리서 보면 바다가 너무 넓으니까 그 배가 가만히 있는 것 같잖아. 근데 가까이 가서 보면 그 배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안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증기가 나오고, 시끄럽고 그런 배일 거라는 거지. 자기는 자신의 출판사를 그런 작은 배처럼 운영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이 넓은 바다에 작은 배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문구를 봤어. 그 문구를 보고 내가 그동안 설명할 방식이나 언어가 없었는데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이거다! 하고 감동을 받아서 강단한테 읽어줬단 말야. 근데 그때 강단이 ‘그럼 우리 그냥 이름 작은배로 바꾸자’ 이러는 거야. 그때 갑자기 너무 자유롭게 느껴지면서, 식당은 우리 일인데 이름을 바꿀 수 있으면 시작도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면서 완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콘텐츠에 집중하자는 결정도 가능했고, 우리가 만약에 콘텐츠업을 한다면 이름은 작은배여야 된다고 처음부터 정했어.
우린 ‘작은배’라는 삶의 방식을 원하고, 권하고 싶어!
>>제주의 대표커플 강단(우)과 소신(좌)
강단과 소신의 제주살이가 시작된 이유, 같이 일하고 싶어서!
소신 :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고 결혼도 하면서 ‘제주로 가자’보다’는 ‘같이 일을 하면 좋겠다’가 먼저였어. 어떤 일을 같이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보니까 식당을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어. 근데 서울엔 다양한 음식도 많고, 잘하면 더 크게 될 수 있는 무대이기는 하지만 일단 고정비가 너무 많이 들잖아. 근데 우리한텐 그럴 만한 돈이 없었고 그 고정비를 감당할 리스크를 지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아. 왜냐면 둘 다 처음 하는 일인데 서울에서 하면 망해도 크게 망하니까 망해도 작게 망하는 데로 가자. 근데 또 마침 내 고향이 제주도니까 그럼 제주로 한번 가보자 해서 내려오게 됐지.
강단 : 나는 뭘 하든지 간에 내가 이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걸 하고 싶은데 그 당시에는 작지만 이상적인 모델의 식당을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어. 어찌 됐든 제주에 가족이 있으니까 우리가 고정비를 줄일 수 있고, 감정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가 있잖아. 그래서 식당을 하려면 제주에 와서 해야겠다.
처음엔 제주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까 뭘 기대해야 할지 몰랐고 내가 생각했던 제주와는 많이 달랐어. 근데 운이 좋게도 되게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나는 뭐 그렇게 어려웠던 점은 없는 것 같고 혼자 시간을 워낙 잘 보내서 그냥 어딜 가도 좀 무던하게 적응할 수 있는 타입인 것 같기는 해.
소신 : 첫 1년 차에는 내가 만약에 제주를 떠나게 된다면 친구가 없어서일 것 같았어. 나랑 가치관이 잘 맞고 진짜 내 고민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고, 비슷하게 가고 있는 것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이게 안 돼서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그때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세상에 그러니까 제주도에 있는지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찾아다닐 생각도 못 했지. 근데 식당에 우리의 철학을 담아서 운영하니까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와서 친구가 됐거든. 그러니까 그게 없었으면 아직도 좀 외로워하고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커플처럼 웨딩사진과 현재의 모습은 많이 달...닮...랐다.
왜 하필 식당? 늪으로 늪으로...정말 열심히 준비했어.
강단 :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셰프처럼 잘하는 것도 아니었어. 뭘 해야 될까하다가 작은 사업 모델 중에 오래 지속가능한게 식당이 아닌가 했지. 그때 코로나가 오면서 집에서 재택도 하고 음식을 엄청 많이 해먹었단 말이야. 당시 채식 식단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외식을 하려고 할 때 먹을 수 있는 데가 없는 거야. 그래서 이건 좀 문제다 했어.
소신 : 우리가 그때 시장 조사를 막 열심히 해서 계산기 두드리고 성공 확률이 이 정도 되겠다. 우리의 전략은 이거다 해서 이렇게 하자 이런 게 아니었어. 진짜 되게 무모했던 것 같기도, 순수했던 것 같기도 한데, 진짜 열심히 하긴 했던 것 같아.
강단 : 경험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집에 오븐 갖다 놓고 집에서 빵을 매일 굽고 그랬거든. 빵 굽는 게 처음에는 좀 쉬울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까 또 너무 어렵더라고. 그러니까 너무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근데 조금씩 시간과 돈을 계속 투자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늪으로 빠지게 된 거야.
소신 : 제주에 오기 전(서울에 있으면서) 제주에서 비건 식당을 할 거야 하면서 연습을 했고 그리고 제주로 이주를 해서 거의 1년 정도 더 준비를 하고 열었거든. 왜냐하면 둘 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하지만 식당에서 음식을 해서 손님한테 돈을 받고 파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잖아. 그래서 엄청나게 연구를 많이 했었어. 비건 식당이다 보니까 빵도 당연히 비건으로 만들고, 모든 소스 같은 것도 다 만들어야 했거든. 하다 보니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했다기보다 식당을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시작을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당시에 둘이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원래 우리의 의사결정이 이거 하자! 결정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퍼즐 맞추듯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인데 그때 당시에도 퇴사한 강단을 보니까 너무 좋아 보이고, 마침 나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요리를 하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어. 강단이 너무 즐겁게 쉬고 있고, 그렇담 나도 좀 쉴까 하면서 그만뒀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서로 일하고 싶은 방식이 비슷했고, ‘그럼 맞춰볼까?’ 하는 식으로 결정했어. 식당이라는 게 둘이 일할 수 있는 규모잖아. 그런 데다가 식당은 음식만 잘할 줄 알면 음식, 손님을 대하는 방식, 식당의 이름 등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도 되겠더라구~
접객, 운영, 관리 이런 건 무섭지 않았고, 이제 음식 음식만 하면 된다는 느낌으로 1년 정도 진짜 계속 음식만 팠었어.
강단 : 식당이 싫어서 접은 거는 아닌 것 같아. 왜냐하면 난 너무 좋았거든. 식당을 한 덕분에 가장 좋았던 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거야. 가끔 인터넷에 보면 진상 손님 때문에 힘들단 얘기 많이 하는데 우린 너무 좋은 분들만 와서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천사 같은 분들만 오는지 너무 신기해. 그런 분들이기 많이 오다 보니까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지금은 우리 인맥의 전부가 됐어. 그게 너무 좋았다 보니까 식당을 그만두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우리는 항상 장기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하거든. 10년 뒤에 계속 이 식당을 하고 있으면 내가 괜찮을까? 근데 나는 글도 쓰고, 콘텐츠도 만들고 싶은데 식당까지 하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고 못 하겠는 거야. 내가 무슨 뭐 마스터도 아니고 다 해낼 수 없는 거니까.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마음으로 식당을 그만하게 된 것 같아.
소신 : 우리는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그걸 풀 도구가 너무 필요했었어. 처음에는 그 도구로 식당을 선택했던 거고 그래서 식당도 그냥 음식으로만 얘기하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계속 글을 썼고 팟캐스트도 식당 운영하면서 시작했거든. 근데 어느 순간이 지나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명확하면 그걸 굳이 이렇게 버거운 몸(하드웨어)을 가지고 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 이미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이게 식당과는 다른 영역의 일이잖아. 음식을 하면서 접객하는 거랑 레터를 매주 발행하고 팟캐스트를 격주로 만드는 건 너무 다른 일인데 뭐 한 가지도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결국에 들더라고. 그래서 결정도 엄청 힘들었어. 아까 얘기한 것처럼 식당이 진짜 너무 좋았어. 이걸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진짜 분명히 있다고 느꼈거든. 그래서 그걸 포기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막 몇 날 며칠 울었단 말이야. 근데 그만두고 새로 생긴 우리의 지금 이 라이프 스타일이 또 너무 좋아서 사실 기억이 잘 안 나긴 해. 손님들이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아니라 ‘그때 왜 그렇게 아쉬워했지?’ 싶어. 왜냐하면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고, 그 변화가 마음으로는 힘들었지만 물리적으로 크지 않아. 왜냐하면 했던 것 중에 절반이 날아간 것뿐이지 뭔가 더 하고 있는 게 아직은 오히려 없다고 느낄 정도로 그때 했던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거든.
강단 : 나는 고민이 있으면 책이나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것 같아. 보면서 영감을 받고 나도 이렇게 살아보겠다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 같은데 퇴사하기 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이 소규모 창업하는 분들의 책이었어.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자유와 독립적인 삶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 그런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니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 나는 식당을 해서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식당을 하면서도 다른 식당 오너들은 어떻게 하는지 계속 찾아보면서 이분은 이렇게 하는구나 이분이 음식을 할 때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는구나. 레시피를 잡을 때 어떻게 하는구나 배우면서 그걸 적용하고,,, 지금은 소설을 많이 읽거든. 소설 속 인물은 나랑 완전히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영감을 받고, 공감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니까 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
소신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단 궁금하면 좀 해보는 성격이었거든. 근데 그게 처음부터 막 대단한 걸 하기보단 그냥 모두가 그러는 정도로. 근데 진짜 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 주변에 좀 멋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좀 물들기도 하고 나도 그래도 되나 봐 하잖아. 나한테는 강단도 그런 사람이었어. 강단은 아닌 것 같은 상황을 못 견디고, 자기한테 안 맞는 옷은 못 입는 사람이었어. 근데 그런 사람이 아주 가까이에,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이 되니까 완전 무적이 된 것 같은 거야. 나도 이제 이래도 되겠다 이런 생각이 결혼면서 진짜 많이 커졌어. ‘나 완전히 그냥 그냥 살아도 되겠다. 이제 부모님도 나를 완전 어른 취급해 주고 나 그냥 눈치 볼 것도 없겠다. 우리 그냥 마음대로 살자’ 이렇게 됐거든. 근데 그러다 보니까 또 더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오면 인류애가 차. 나는 막 대단하지 않아도 자기 마음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 방식으로 하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오면 막 ‘나 잘 살아야겠다. 진짜 잘 살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거든. 그런 사람이 진짜 운이 좋게 많았어.
>>강단과 소신의 반려묘 쫑까* (*쫑까는 '부하'라는 뜻의 제주어라고 한다. <-제 기억이 맞겠죠? 😅)
현실적인 불안도 있지!
강단 : 식당 준비하면서부터 했던 생각이 우리가 돈을 당장 많이 벌 수는 없지만 돈을 적게 쓰는 건 할 수 있잖아. 이 생활방식을 여태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적은 수입으로도 간신히 살아남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우리는 정말 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약간씩만 성장해도 우리는 위로만 간다’ 하는 생각이 있다 보니까, 조금 조금씩 한 10년 쌓이면 그때쯤 되면 뭐 조금이라도 하면 살 수 있겠지 하는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사는 것 같아.
소신 : 처음 식당을 열 때도 그랬고, 둘 다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망하면 내 인생이 망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잖아.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돈 중에 이 돈을 다 잃어도 우리 인생은 전혀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만 식당에 투자했고 그리고 식당을 운영할 때도 진짜 원가율에 엄청나게 집착했어. 내가 했던 옛날에 했던 일이어서 숫자를 잘 보거든. 그리고 뭔가를 하면 진짜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어서 원가율 이런 거 열심히 공부해서 구조를 건강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식당을 그만둘 때도 그런 것 때문에 걱정하진 않았어.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 내에서 계속 까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는 계속 고민해. 그냥 불안해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우리 자산 구조 점검하고, 조금 빵꾸 날 것 같은데 어떻게 메꾸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해. 근데 당장 이번 달에 예전에 벌던 월급만큼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면 뭐라도 할 수 있잖아. 알바를 뛸 수도 있고, 외주를 받을 수도 있고 뭐라도 하려면 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더라도 이 돈이 우리한테도 의미가 있고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일에도 의미가 있어야 우리가 계속 외주를 하지 않고도 이 구조를 유지하는 형태로 성장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고민하는 것 같아. 앞으로 다른 모임을 하거나 책자를 만들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고 싶어, 이게 막 이게 유일한 방법이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맞는 방법인 거야.
'후원자가 늘었습니다~' 이대로 가는 거야!
소신 : 모임 하나를 하더라도 우리가 둘밖에 없는 작은 팀이기 때문에 시간을 어디 쓰는지가 진짜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해. 그래서 한 번에 모집이 됐다 사르르 사라질 모임보다는 하면 할수록 쌓이는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을 많이 해.
강단: 우리 콘텐츠를 보고 돈을 내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거야. 우리 콘텐츠가 아무리 재밌고 유익하고 영감을 준대도 우리가 넷플릭스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결국에 우리라는 사람을 응원하고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거거든. 어떻게 해야 사람들한테 먹히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어떻게 하면 구독자가 늘지? 이런 것도 결국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까 거든. 그리로 빠지다 보면 우리의 색깔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남들과 뭐가 다르지? 다른 사람이 우리를 봤을 때 얘네는 진짜 진심이구나라고 할 만한 포인트가 뭐가 있지? 이런 고민에서 멀어지게 돼니까 경계해. 현실적인 이유로 우리 진짜 이러다가 주저앉겠다 하는 걱정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메일이 하나씩 와. 후원자가 늘었습니다. 하고…그럼 그래! 이대로 가는 거야! 이러면서 계속 마음을 다잡는 거지.
소신 : 맞아, 그래서 콘텐츠가 좋아. 식당은 내가 새로운 메뉴를 안 내거나 사정이 있어서 문을 못 열면 너무 불안해서 이게 멈추거나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아래로 가는 것 같거든. 근데 콘텐츠는 쌓일 일밖에 없어. 우리가 날리지 않는 이상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 진짜 느려도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한 명의 구독자나 우리를 후원해 주는 분이 늘어도 10년 뒤면 우리는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어. 그냥 그걸 믿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강단과 소신의 작업용 책상, 왼쪽이 소신, 오른쪽이 강단의 책상이다.
창작을 응원하는 새로운 동료들이 생겼다, ‘창작하는 아침’
>>강단의 책상이잖아! 익숙한 배경이 반갑다. 저 창을 열면 Mc!
강단 :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거거든. 보통 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 같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그렇게 좋다던데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써야 그렇게 잘 써진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좀 습관을 만들어봐야겠다 해서 시작했어. 우리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야 습관도 잘 만들고 좋은 영향을 만들어서 지속 가능할 거고, 우리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겠다 해서 모집을 했는데 처음부터 기대 이상으로 잘 됐어. 우리가 창작하는 아침 전용으로 우리들만의 SNS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놨거든. 그래서 거기에 매일 라이브 링크도 올리고 사람들이 창작일지도 올리고 오늘 뭐 했는지 아니면 일기 같은 형식으로 올리시는 분도 있고 창작품에 사진을 올리시는 분도 있고 그렇게 공유하고 응원해. 저절로 그렇게 되는데, 우리는 그 과정, 노력, 마음을 다 알다 보니까 진심으로 계속 응원하게 되는 거지.
소신 : 그냥 매일 아침에 6시에 만나서 1시간 같이 창작하는 건데 해보기 전엔 이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왜냐하면 말로는 1시간 창작하는 거 그냥 좋은 습관 이렇게 생각하잖아. 근데 미라클 모닝과 달라, 아침에 좋은 습관이 하나 생기고 그게 또 창작으로 자리 잡고 나니까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태도와 다른 사람의 창작을 평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고, 그런 걸 같이 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는 것에서도 너무 큰 힘을 얻어. 둘이 일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 내가 한 것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 고민이 생기면 나눠보고 싶은데 우리가 직원을 고용할 순 없잖아. 그런 부분에서 많이 만족을 얻는 것 같고 비슷한 걸 함께 하는 다른 분들도 느끼다 보니까 5개월 차 되는데 처음 시작할 때 하셨던 분 중의 3분의 1이 아직도 남아 있어. 동료가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아. 창작하는 아침이 나한테 의미가 진짜 큰 게 이렇게 온라인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계기였거든 그래서 공간도 미련 없이 정리했어. 이렇게 얼굴도 안 보고 같은 지역에 살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게 나한텐 좀 신기했어. 커뮤니티가 될 수 있겠다는 걸 직접 해보면서 알게 됐지.
소신 : 독일에 여행을 갔는데 지하철역 앞에 중고 마켓들이 계속 섰었어. 독일에선 집 앞에 그냥 안 쓰는 물건을 두면 누군가 주워다가 유용하게 쓴다는 거야. 독일에 다녀오고 나서 중고 물건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멤버들이 모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중고 책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 온라인 중고서점는 같은 책이 엄청 많고, 그 많은 책 중에 최대한 깨끗하고 저렴한 책을 산단 말이야.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중고 책은 읽은 사람의 이야기와 흔적이 남아있는 거였고, 진짜 중고 책이라면 어떻게 우리가 해석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게 창작하는 아침 등의 기획과도 이어지는 게, 우리 두 사람은 막 번지르르한 것보다 진짜인 걸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 그래서 우리한테 필요한 게 계기가 많이 되는 경우가 많아. 왜냐면 우리한테 필요하면 할 때 진짜 진심일 수밖에 없거든. 우리끼리라도 무조건 할 것 같은 기획을 제일 먼저 하는 것 같아.
>>작업 책상 앞 창문에 걸려있던 작은배 픽셀(?) 간판
찾아다니면 즐길거리가 많지만, 사람이 적어서 아쉬워.
강단 : 애초에 완벽한 곳은 없다는 결론을 냈어. 신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곳은 미네소타. 거기서 대학을 다녔었는데 도심 지역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착한 걸로 유명한 동네였어. 마냥 착한 사람이 많으니까 너무 살기 좋더라고. 나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기는 한데 냉정하게 제주시라는 곳은 인구 밀도가 낮은 편이고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게 좀 아쉽긴 한 것 같아.
소신 : 제주도는 동네라는 개념이 진짜 약한 것 같아. 조금 넓은 개념으로 동네를 보면 만족도가 높은데 그냥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반경 한 500m 이렇게 하면은 조금 어렵지. 아무래도 밀도 자체가 전체적으로는 낮으니까. 근데 무엇보다 맛있는 게 많고 재밌는 일도 많이 벌어져서 그런 만족도는 정말 높은 것 같아. 찾아다니면 정말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나도 이렇게 집 밖에 잘 안 나가다 보니까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어.
강단 : 즐기려면 즐길 거리가 되게 많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가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지금 제주지!
>>강단이 아침마다 가볍게 뛰는 동네 공원
떠나는 청년들, 그리고 우리가할 수 있는 일
소신 : 우리가 여기 와서 알게 된 사람 중 반 정도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대부분은 나처럼 제주에서 태어나서 어디를 갔다가 돌아온 경우, 가족이나 직장 등 안정적 요소가 있는 경우야. 반면에 여기에 와서 자영업을 했거나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우에는 새로 공부하러 떠나거나 직장을 찾아 떠나기도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오래 살려면 일이 중요하잖아.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해도 안정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충족이 안 되는 경우에는 그걸 넘어설 만큼의 만족도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것 같거든. 근데 제주가 그거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나 했을 때 사실 잘 모르겠긴 해.
강단 : 우리나라는 서울이라는 하나의 큰 모델이 있다 보니까 그냥 서울을 따라가려고 하는 듯한 걸 많이 느껴. 제주의 청년 인구가 늘어나려면 도시 사람들이 오히려 와야 하는 거잖아. 그럼 서울보다 제주가 더 나아야 하는데, 제주는 외지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집값도 비싸고 임금도 낮고 일자리도 없고, 창업하기에 서울보다 더 좋냐고 하면 그것도 아닐 수 있고, 그런 여러 가지 여건이 좀 겹치다 보니까 자연이라는 걸 싹 빼고 담백하게 봤을 때 서울을 떠나 제주에 올 이유가 있을까 하면 나도 확신을 못 하겠어. 그래서 제주로 오세요. 너무 좋아요. 막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 제주에 이렇게 멋지게 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갈수록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어. 제주 안에서도 다들 관광업만 종사하시는 게 아니고, 야망이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삶의 모델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이런 게 좀 보편화돼야 제주도 쿨한데 한번 나도 가서 한번 저 사람들하고 같이 놀아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까? 근데 그러려면 정말 재능 있고 좀 내 일을 착실하게 하고 싶은 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도시로써 파악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개인마다 원하는 게 다 다르긴 하겠지만 공통으로 원하는 게 있을 수 있잖아.
소신 : 지금 삶에 대한 만족도는 진짜 높거든. 더 좋은 사람 많이 만나면서 누리고 싶은데 어떤 수준 이상으로 가면 개인이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보면 그냥 멋있는 사람들 우리가 더 많이 찾아다니고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누가 또 오고 싶을 수도 있고 그냥 그런 정도로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아.
기대를 줄이고, 조급하지 않게! 좋은 사람들이 많아.
소신 : 어떤 일이든 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거기에 가서 적응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잖아.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을 찾아서 내가 진짜 여기에 속해 있구나 할 만한 어떤 공동체를 만나는 일인 것 같거든. 그거는 운도 있어야 되고 진짜 시간도 필요하고 내 노력도 필요한 일인데 근데 보통 어떤 기대를 가지고 올 수 있잖아. 그 기대가 단방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섣부르게 제주는 나랑 안 맞거나 내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내가 처음에 1년 동안 너무 외로웠는데 정말 시간이 흐르니까 마법처럼 내가 여기에 아주 오래 산 것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거든. 근데 달라진 건 시간이 흐른 것밖에 없는 것 같아. 좀 두고 볼 수 있는 힘이 좀 필요하지 않나 그럴 만큼의 여건이 모두가 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그래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제주살이를 시작하면 좀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강단 :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가 제주로 넘어온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냐. 결국에는 내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건 어딜 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어딜 가도 완벽한 곳은 없고 어딜 가도 내가 싫어하는 부분이 있고 제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제주에 정말 좋은 사람들 많고, 선뜻 도와줄 사람들이 많을 거야. 우리도 그런 사람들이고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은데 궁금한 게 있다고 하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마음이 있으니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좀 힘이 됐으면 좋겠어.
제주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제주살이를 조금 더 수월하거나 재밌게 하지 않을까?
특히 제주의 청년들이 자꾸 떠난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제주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실험'의 일환으로 제주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청년 5명을 찾아나섰다!
청년들의 이야기가 다른 청년들이 제주에 머물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재밌게 봐줘.
인기 많던 비건식당 치지레이지가 어느날 문을 닫고, 작은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작은배??
소신 :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이라는 책에서 자기가 회사를 운영하고 싶은 방식에 대한 글을 봤어. 진짜 넓은 바다에 작은 배가 떠 있어. 멀리서 보면 바다가 너무 넓으니까 그 배가 가만히 있는 것 같잖아. 근데 가까이 가서 보면 그 배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안에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고, 증기가 나오고, 시끄럽고 그런 배일 거라는 거지. 자기는 자신의 출판사를 그런 작은 배처럼 운영하고 싶고 그러다 보면 이 넓은 바다에 작은 배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문구를 봤어. 그 문구를 보고 내가 그동안 설명할 방식이나 언어가 없었는데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 이거다! 하고 감동을 받아서 강단한테 읽어줬단 말야. 근데 그때 강단이 ‘그럼 우리 그냥 이름 작은배로 바꾸자’ 이러는 거야. 그때 갑자기 너무 자유롭게 느껴지면서, 식당은 우리 일인데 이름을 바꿀 수 있으면 시작도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면서 완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콘텐츠에 집중하자는 결정도 가능했고, 우리가 만약에 콘텐츠업을 한다면 이름은 작은배여야 된다고 처음부터 정했어.
우린 ‘작은배’라는 삶의 방식을 원하고, 권하고 싶어!
>>제주의 대표커플 강단(우)과 소신(좌)
강단과 소신의 제주살이가 시작된 이유, 같이 일하고 싶어서!
소신 :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고 결혼도 하면서 ‘제주로 가자’보다’는 ‘같이 일을 하면 좋겠다’가 먼저였어. 어떤 일을 같이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보니까 식당을 하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나왔어. 근데 서울엔 다양한 음식도 많고, 잘하면 더 크게 될 수 있는 무대이기는 하지만 일단 고정비가 너무 많이 들잖아. 근데 우리한텐 그럴 만한 돈이 없었고 그 고정비를 감당할 리스크를 지고 싶지도 않았던 것 같아. 왜냐면 둘 다 처음 하는 일인데 서울에서 하면 망해도 크게 망하니까 망해도 작게 망하는 데로 가자. 근데 또 마침 내 고향이 제주도니까 그럼 제주로 한번 가보자 해서 내려오게 됐지.
강단 : 나는 뭘 하든지 간에 내가 이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걸 하고 싶은데 그 당시에는 작지만 이상적인 모델의 식당을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어. 어찌 됐든 제주에 가족이 있으니까 우리가 고정비를 줄일 수 있고, 감정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가 있잖아. 그래서 식당을 하려면 제주에 와서 해야겠다.
처음엔 제주에 대해서 너무 몰랐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까 뭘 기대해야 할지 몰랐고 내가 생각했던 제주와는 많이 달랐어. 근데 운이 좋게도 되게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나는 뭐 그렇게 어려웠던 점은 없는 것 같고 혼자 시간을 워낙 잘 보내서 그냥 어딜 가도 좀 무던하게 적응할 수 있는 타입인 것 같기는 해.
소신 : 첫 1년 차에는 내가 만약에 제주를 떠나게 된다면 친구가 없어서일 것 같았어. 나랑 가치관이 잘 맞고 진짜 내 고민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고, 비슷하게 가고 있는 것 같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이게 안 돼서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그때는 이렇게 좋은 친구들이 세상에 그러니까 제주도에 있는지 몰랐던 것 같아. 내가 찾아다닐 생각도 못 했지. 근데 식당에 우리의 철학을 담아서 운영하니까 거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와서 친구가 됐거든. 그러니까 그게 없었으면 아직도 좀 외로워하고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커플처럼 웨딩사진과 현재의 모습은 많이 달...닮...랐다.
왜 하필 식당? 늪으로 늪으로...정말 열심히 준비했어.
강단 :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셰프처럼 잘하는 것도 아니었어. 뭘 해야 될까하다가 작은 사업 모델 중에 오래 지속가능한게 식당이 아닌가 했지. 그때 코로나가 오면서 집에서 재택도 하고 음식을 엄청 많이 해먹었단 말이야. 당시 채식 식단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외식을 하려고 할 때 먹을 수 있는 데가 없는 거야. 그래서 이건 좀 문제다 했어.
소신 : 우리가 그때 시장 조사를 막 열심히 해서 계산기 두드리고 성공 확률이 이 정도 되겠다. 우리의 전략은 이거다 해서 이렇게 하자 이런 게 아니었어. 진짜 되게 무모했던 것 같기도, 순수했던 것 같기도 한데, 진짜 열심히 하긴 했던 것 같아.
강단 : 경험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집에 오븐 갖다 놓고 집에서 빵을 매일 굽고 그랬거든. 빵 굽는 게 처음에는 좀 쉬울 줄 알았는데 하다 보니까 또 너무 어렵더라고. 그러니까 너무 아무것도 몰랐던 거야. 근데 조금씩 시간과 돈을 계속 투자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늪으로 빠지게 된 거야.
소신 : 제주에 오기 전(서울에 있으면서) 제주에서 비건 식당을 할 거야 하면서 연습을 했고 그리고 제주로 이주를 해서 거의 1년 정도 더 준비를 하고 열었거든. 왜냐하면 둘 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하지만 식당에서 음식을 해서 손님한테 돈을 받고 파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잖아. 그래서 엄청나게 연구를 많이 했었어. 비건 식당이다 보니까 빵도 당연히 비건으로 만들고, 모든 소스 같은 것도 다 만들어야 했거든. 하다 보니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했다기보다 식당을 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시작을 안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
당시에 둘이 일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원래 우리의 의사결정이 이거 하자! 결정하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퍼즐 맞추듯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거든.지금도 그건 마찬가지인데 그때 당시에도 퇴사한 강단을 보니까 너무 좋아 보이고, 마침 나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요리를 하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어. 강단이 너무 즐겁게 쉬고 있고, 그렇담 나도 좀 쉴까 하면서 그만뒀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서로 일하고 싶은 방식이 비슷했고, ‘그럼 맞춰볼까?’ 하는 식으로 결정했어. 식당이라는 게 둘이 일할 수 있는 규모잖아. 그런 데다가 식당은 음식만 잘할 줄 알면 음식, 손님을 대하는 방식, 식당의 이름 등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도 되겠더라구~
접객, 운영, 관리 이런 건 무섭지 않았고, 이제 음식 음식만 하면 된다는 느낌으로 1년 정도 진짜 계속 음식만 팠었어.
>>출처 : 작은배 인스타그램
잘 되던 식당이지만, 우리의 선택은 빠이빠이~
강단 : 식당이 싫어서 접은 거는 아닌 것 같아. 왜냐하면 난 너무 좋았거든. 식당을 한 덕분에 가장 좋았던 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는 거야. 가끔 인터넷에 보면 진상 손님 때문에 힘들단 얘기 많이 하는데 우린 너무 좋은 분들만 와서 이게 뭐지 어떻게 이런 천사 같은 분들만 오는지 너무 신기해. 그런 분들이기 많이 오다 보니까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지금은 우리 인맥의 전부가 됐어. 그게 너무 좋았다 보니까 식당을 그만두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섰을 때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우리는 항상 장기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하거든. 10년 뒤에 계속 이 식당을 하고 있으면 내가 괜찮을까? 근데 나는 글도 쓰고, 콘텐츠도 만들고 싶은데 식당까지 하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프고 못 하겠는 거야. 내가 무슨 뭐 마스터도 아니고 다 해낼 수 없는 거니까.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마음으로 식당을 그만하게 된 것 같아.
소신 : 우리는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그걸 풀 도구가 너무 필요했었어. 처음에는 그 도구로 식당을 선택했던 거고 그래서 식당도 그냥 음식으로만 얘기하는 곳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계속 글을 썼고 팟캐스트도 식당 운영하면서 시작했거든. 근데 어느 순간이 지나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명확하면 그걸 굳이 이렇게 버거운 몸(하드웨어)을 가지고 해야 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어. 이미 우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 이게 식당과는 다른 영역의 일이잖아. 음식을 하면서 접객하는 거랑 레터를 매주 발행하고 팟캐스트를 격주로 만드는 건 너무 다른 일인데 뭐 한 가지도 잘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결국에 들더라고.
그래서 결정도 엄청 힘들었어. 아까 얘기한 것처럼 식당이 진짜 너무 좋았어. 이걸로만 얻을 수 있는 게 진짜 분명히 있다고 느꼈거든. 그래서 그걸 포기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내가 막 몇 날 며칠 울었단 말이야.
근데 그만두고 새로 생긴 우리의 지금 이 라이프 스타일이 또 너무 좋아서 사실 기억이 잘 안 나긴 해. 손님들이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아니라 ‘그때 왜 그렇게 아쉬워했지?’ 싶어. 왜냐하면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고, 그 변화가 마음으로는 힘들었지만 물리적으로 크지 않아. 왜냐하면 했던 것 중에 절반이 날아간 것뿐이지 뭔가 더 하고 있는 게 아직은 오히려 없다고 느낄 정도로 그때 했던 것에 더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거든.
'망하지 않을 만큼 작은 식당 창업하기'
강단과 소신의 식당 창업기는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원하는 걸 명확히 아는 비결은 책 & 사람
강단 : 나는 고민이 있으면 책이나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것 같아. 보면서 영감을 받고 나도 이렇게 살아보겠다는 방향을 설정하는 것 같은데 퇴사하기 전에 내가 읽었던 책들이 소규모 창업하는 분들의 책이었어. 이분들이 가지고 있는 마인드가 자유와 독립적인 삶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 그런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니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
나는 식당을 해서 그렇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식당을 하면서도 다른 식당 오너들은 어떻게 하는지 계속 찾아보면서 이분은 이렇게 하는구나 이분이 음식을 할 때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는구나. 레시피를 잡을 때 어떻게 하는구나 배우면서 그걸 적용하고,,,
지금은 소설을 많이 읽거든. 소설 속 인물은 나랑 완전히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사람이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면서 영감을 받고, 공감하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니까 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
소신 :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일단 궁금하면 좀 해보는 성격이었거든. 근데 그게 처음부터 막 대단한 걸 하기보단 그냥 모두가 그러는 정도로. 근데 진짜 운이라고 생각하는 게 내 주변에 좀 멋대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좀 물들기도 하고 나도 그래도 되나 봐 하잖아. 나한테는 강단도 그런 사람이었어.
강단은 아닌 것 같은 상황을 못 견디고, 자기한테 안 맞는 옷은 못 입는 사람이었어. 근데 그런 사람이 아주 가까이에, 나랑 같이 사는 사람이 되니까 완전 무적이 된 것 같은 거야. 나도 이제 이래도 되겠다 이런 생각이 결혼면서 진짜 많이 커졌어. ‘나 완전히 그냥 그냥 살아도 되겠다. 이제 부모님도 나를 완전 어른 취급해 주고 나 그냥 눈치 볼 것도 없겠다. 우리 그냥 마음대로 살자’ 이렇게 됐거든. 근데 그러다 보니까 또 더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런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오면 인류애가 차.
나는 막 대단하지 않아도 자기 마음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기 방식으로 하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오면 막 ‘나 잘 살아야겠다. 진짜 잘 살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거든. 그런 사람이 진짜 운이 좋게 많았어.
>>강단과 소신의 반려묘 쫑까* (*쫑까는 '부하'라는 뜻의 제주어라고 한다. <-제 기억이 맞겠죠? 😅)
현실적인 불안도 있지!
강단 : 식당 준비하면서부터 했던 생각이 우리가 돈을 당장 많이 벌 수는 없지만 돈을 적게 쓰는 건 할 수 있잖아. 이 생활방식을 여태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적은 수입으로도 간신히 살아남고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우리는 정말 바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약간씩만 성장해도 우리는 위로만 간다’ 하는 생각이 있다 보니까, 조금 조금씩 한 10년 쌓이면 그때쯤 되면 뭐 조금이라도 하면 살 수 있겠지 하는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사는 것 같아.
소신 : 처음 식당을 열 때도 그랬고, 둘 다 어떤 일을 할 때 이게 망하면 내 인생이 망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잖아.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돈 중에 이 돈을 다 잃어도 우리 인생은 전혀 아무런 지장이 없을 만큼만 식당에 투자했고 그리고 식당을 운영할 때도 진짜 원가율에 엄청나게 집착했어.
내가 했던 옛날에 했던 일이어서 숫자를 잘 보거든. 그리고 뭔가를 하면 진짜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어서 원가율 이런 거 열심히 공부해서 구조를 건강하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식당을 그만둘 때도 그런 것 때문에 걱정하진 않았어. 다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 내에서 계속 까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는 계속 고민해. 그냥 불안해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우리 자산 구조 점검하고, 조금 빵꾸 날 것 같은데 어떻게 메꾸지 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해.
근데 당장 이번 달에 예전에 벌던 월급만큼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하면 뭐라도 할 수 있잖아. 알바를 뛸 수도 있고, 외주를 받을 수도 있고 뭐라도 하려면 할 수 있는데 그것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더라도 이 돈이 우리한테도 의미가 있고 우리가 앞으로 하려는 일에도 의미가 있어야 우리가 계속 외주를 하지 않고도 이 구조를 유지하는 형태로 성장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고민하는 것 같아. 앞으로 다른 모임을 하거나 책자를 만들더라도 그런 식으로 하고 싶어, 이게 막 이게 유일한 방법이고,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아니라 우리한테 맞는 방법인 거야.
'후원자가 늘었습니다~' 이대로 가는 거야!
소신 : 모임 하나를 하더라도 우리가 둘밖에 없는 작은 팀이기 때문에 시간을 어디 쓰는지가 진짜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해. 그래서 한 번에 모집이 됐다 사르르 사라질 모임보다는 하면 할수록 쌓이는 구조를 만들자는 생각을 많이 해.
강단: 우리 콘텐츠를 보고 돈을 내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라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인 거야. 우리 콘텐츠가 아무리 재밌고 유익하고 영감을 준대도 우리가 넷플릭스 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결국에 우리라는 사람을 응원하고 떡 하나라도 더 주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 거거든. 어떻게 해야 사람들한테 먹히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더 좋아하지? 어떻게 하면 구독자가 늘지? 이런 것도 결국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많이 벌까 거든. 그리로 빠지다 보면 우리의 색깔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남들과 뭐가 다르지? 다른 사람이 우리를 봤을 때 얘네는 진짜 진심이구나라고 할 만한 포인트가 뭐가 있지? 이런 고민에서 멀어지게 돼니까 경계해.
현실적인 이유로 우리 진짜 이러다가 주저앉겠다 하는 걱정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메일이 하나씩 와. 후원자가 늘었습니다. 하고…그럼 그래! 이대로 가는 거야! 이러면서 계속 마음을 다잡는 거지.
소신 : 맞아, 그래서 콘텐츠가 좋아. 식당은 내가 새로운 메뉴를 안 내거나 사정이 있어서 문을 못 열면 너무 불안해서 이게 멈추거나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아래로 가는 것 같거든. 근데 콘텐츠는 쌓일 일밖에 없어. 우리가 날리지 않는 이상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잖아. 진짜 느려도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한 명의 구독자나 우리를 후원해 주는 분이 늘어도 10년 뒤면 우리는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어. 그냥 그걸 믿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강단과 소신의 작업용 책상, 왼쪽이 소신, 오른쪽이 강단의 책상이다.
창작을 응원하는 새로운 동료들이 생겼다, ‘창작하는 아침’
>>강단의 책상이잖아! 익숙한 배경이 반갑다. 저 창을 열면 Mc!
강단 :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거거든. 보통 다 이렇게 시작하는 것 같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그렇게 좋다던데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써야 그렇게 잘 써진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좀 습관을 만들어봐야겠다 해서 시작했어. 우리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아야 습관도 잘 만들고 좋은 영향을 만들어서 지속 가능할 거고, 우리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모아야겠다 해서 모집을 했는데 처음부터 기대 이상으로 잘 됐어.
우리가 창작하는 아침 전용으로 우리들만의 SNS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놨거든. 그래서 거기에 매일 라이브 링크도 올리고 사람들이 창작일지도 올리고 오늘 뭐 했는지 아니면 일기 같은 형식으로 올리시는 분도 있고 창작품에 사진을 올리시는 분도 있고 그렇게 공유하고 응원해. 저절로 그렇게 되는데, 우리는 그 과정, 노력, 마음을 다 알다 보니까 진심으로 계속 응원하게 되는 거지.
소신 : 그냥 매일 아침에 6시에 만나서 1시간 같이 창작하는 건데 해보기 전엔 이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 왜냐하면 말로는 1시간 창작하는 거 그냥 좋은 습관 이렇게 생각하잖아.
근데 미라클 모닝과 달라, 아침에 좋은 습관이 하나 생기고 그게 또 창작으로 자리 잡고 나니까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태도와 다른 사람의 창작을 평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고, 그런 걸 같이 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는 것에서도 너무 큰 힘을 얻어.
둘이 일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 내가 한 것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 싶고 고민이 생기면 나눠보고 싶은데 우리가 직원을 고용할 순 없잖아. 그런 부분에서 많이 만족을 얻는 것 같고 비슷한 걸 함께 하는 다른 분들도 느끼다 보니까 5개월 차 되는데 처음 시작할 때 하셨던 분 중의 3분의 1이 아직도 남아 있어. 동료가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아.
창작하는 아침이 나한테 의미가 진짜 큰 게 이렇게 온라인만으로도 좋은 관계가 맺어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계기였거든 그래서 공간도 미련 없이 정리했어. 이렇게 얼굴도 안 보고 같은 지역에 살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게 나한텐 좀 신기했어. 커뮤니티가 될 수 있겠다는 걸 직접 해보면서 알게 됐지.
창작하는 아침 10월의 동료를 찾습니다!
>>강단의 책상에서 고민이 보였다. '작은배라면 돈을 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
시작하는 용기와 기획은 ‘진심’에서
소신 : 독일에 여행을 갔는데 지하철역 앞에 중고 마켓들이 계속 섰었어. 독일에선 집 앞에 그냥 안 쓰는 물건을 두면 누군가 주워다가 유용하게 쓴다는 거야. 독일에 다녀오고 나서 중고 물건을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좋은 멤버들이 모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중고 책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
온라인 중고서점는 같은 책이 엄청 많고, 그 많은 책 중에 최대한 깨끗하고 저렴한 책을 산단 말이야.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중고 책은 읽은 사람의 이야기와 흔적이 남아있는 거였고, 진짜 중고 책이라면 어떻게 우리가 해석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아.
그게 창작하는 아침 등의 기획과도 이어지는 게, 우리 두 사람은 막 번지르르한 것보다 진짜인 걸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거든. 그래서 우리한테 필요한 게 계기가 많이 되는 경우가 많아. 왜냐면 우리한테 필요하면 할 때 진짜 진심일 수밖에 없거든. 우리끼리라도 무조건 할 것 같은 기획을 제일 먼저 하는 것 같아.
>>작업 책상 앞 창문에 걸려있던 작은배 픽셀(?) 간판
찾아다니면 즐길거리가 많지만, 사람이 적어서 아쉬워.
강단 : 애초에 완벽한 곳은 없다는 결론을 냈어. 신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곳은 미네소타. 거기서 대학을 다녔었는데 도심 지역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착한 걸로 유명한 동네였어. 마냥 착한 사람이 많으니까 너무 살기 좋더라고.
나는 사람이 중요한 것 같기는 한데 냉정하게 제주시라는 곳은 인구 밀도가 낮은 편이고 젊은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게 좀 아쉽긴 한 것 같아.
소신 : 제주도는 동네라는 개념이 진짜 약한 것 같아. 조금 넓은 개념으로 동네를 보면 만족도가 높은데 그냥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반경 한 500m 이렇게 하면은 조금 어렵지. 아무래도 밀도 자체가 전체적으로는 낮으니까. 근데 무엇보다 맛있는 게 많고 재밌는 일도 많이 벌어져서 그런 만족도는 정말 높은 것 같아. 찾아다니면 정말 재밌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곳인데 나도 이렇게 집 밖에 잘 안 나가다 보니까 더 그렇게 느끼는 걸 수도 있어.
강단 : 즐기려면 즐길 거리가 되게 많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디든 가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지금 제주지!
>>강단이 아침마다 가볍게 뛰는 동네 공원
떠나는 청년들, 그리고 우리가할 수 있는 일
소신 : 우리가 여기 와서 알게 된 사람 중 반 정도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데 대부분은 나처럼 제주에서 태어나서 어디를 갔다가 돌아온 경우, 가족이나 직장 등 안정적 요소가 있는 경우야. 반면에 여기에 와서 자영업을 했거나 프리랜서로 일했던 경우에는 새로 공부하러 떠나거나 직장을 찾아 떠나기도 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오래 살려면 일이 중요하잖아.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거나 아니면 여기서 해도 안정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충족이 안 되는 경우에는 그걸 넘어설 만큼의 만족도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것 같거든. 근데 제주가 그거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나 했을 때 사실 잘 모르겠긴 해.
강단 : 우리나라는 서울이라는 하나의 큰 모델이 있다 보니까 그냥 서울을 따라가려고 하는 듯한 걸 많이 느껴. 제주의 청년 인구가 늘어나려면 도시 사람들이 오히려 와야 하는 거잖아. 그럼 서울보다 제주가 더 나아야 하는데, 제주는 외지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집값도 비싸고 임금도 낮고 일자리도 없고, 창업하기에 서울보다 더 좋냐고 하면 그것도 아닐 수 있고, 그런 여러 가지 여건이 좀 겹치다 보니까 자연이라는 걸 싹 빼고 담백하게 봤을 때 서울을 떠나 제주에 올 이유가 있을까 하면 나도 확신을 못 하겠어. 그래서 제주로 오세요. 너무 좋아요. 막 이렇게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
제주에 이렇게 멋지게 살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갈수록 더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어. 제주 안에서도 다들 관광업만 종사하시는 게 아니고, 야망이 있는 사람들과 다양한 삶의 모델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 이런 게 좀 보편화돼야 제주도 쿨한데 한번 나도 가서 한번 저 사람들하고 같이 놀아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을까? 근데 그러려면 정말 재능 있고 좀 내 일을 착실하게 하고 싶은 젊은 사람들이 와야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도시로써 파악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개인마다 원하는 게 다 다르긴 하겠지만 공통으로 원하는 게 있을 수 있잖아.
소신 : 지금 삶에 대한 만족도는 진짜 높거든. 더 좋은 사람 많이 만나면서 누리고 싶은데 어떤 수준 이상으로 가면 개인이 할 수 없는 부분이잖아. 우리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하다 보면 그냥 멋있는 사람들 우리가 더 많이 찾아다니고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걸 보면 누가 또 오고 싶을 수도 있고 그냥 그런 정도로밖에 할 수 없는 것 같아.
기대를 줄이고, 조급하지 않게! 좋은 사람들이 많아.
소신 : 어떤 일이든 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거기에 가서 적응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잖아.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을 찾아서 내가 진짜 여기에 속해 있구나 할 만한 어떤 공동체를 만나는 일인 것 같거든. 그거는 운도 있어야 되고 진짜 시간도 필요하고 내 노력도 필요한 일인데 근데 보통 어떤 기대를 가지고 올 수 있잖아. 그 기대가 단방에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섣부르게 제주는 나랑 안 맞거나 내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 내가 처음에 1년 동안 너무 외로웠는데 정말 시간이 흐르니까 마법처럼 내가 여기에 아주 오래 산 것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거든. 근데 달라진 건 시간이 흐른 것밖에 없는 것 같아. 좀 두고 볼 수 있는 힘이 좀 필요하지 않나 그럴 만큼의 여건이 모두가 되는 건 아닐 수 있지만 그래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고 제주살이를 시작하면 좀 만족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해
강단 :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가 제주로 넘어온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냐. 결국에는 내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해결해야 하는 건 어딜 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 어딜 가도 완벽한 곳은 없고 어딜 가도 내가 싫어하는 부분이 있고 제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하지만 제주에 정말 좋은 사람들 많고, 선뜻 도와줄 사람들이 많을 거야. 우리도 그런 사람들이고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은데 궁금한 게 있다고 하면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와줄 마음이 있으니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좀 힘이 됐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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