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꿀팁

제주살이를 더 즐겁고 알차게!

동네청년 1탄 <제주에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법>

짱아
2024-08-08
조회수 244

제주에서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제주살이를 조금 더 수월하거나 재밌게 하지 않을까?

특히 제주의 청년들이 자꾸 떠난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제주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실험'의 일환으로 제주에서 잘 먹고 잘 사는 청년 5명을 찾아나섰다! 

청년들의 이야기가 다른 청년들이 제주에 머물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데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으니 재밌게 봐줘. 


첫번째 게스트로, 애월에서 예술가로 살고 있는 일구를 만났어. 

<제주에서 예술가로 살아남는 법 feat.일구적 사고> 함께 볼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미술수업을 하고 있는 일구를 만났다. 

아직 3주차 운전자인 일구의 붕붕이를 타고 일구네 동네 애월로 출발!!


INTRO


수업보다 긴 이동시간, 기름값은 나와?

기름값 생각을 별로 안 해봤지. 얼마 전까지 두발이만 탔고, 두발이는 한 달에 2만 원이면 차고 넘치게 쓰니까…
이 차로 바꾼 후에 기름을 딱 한 번 넣었는데, 열흘에 5만원쯤 들거 같아.
두발이는 앵꼬일 때 가면 8천원어치만 딱 넣으면 풀로 찼었는데…

*두발이 : 지금 많이 아파. 2018년 5월에 2017년 식 새거를 샀는데, 작년에 심장이 크게 아팠고, 그 전에도 잔병치료가 많았어.
태어나길 약하게 태어난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원래 두발이들이 잔병 치료가 많대. 근데 잔병 치료 정도가 아니라 사형 선고 같은 느낌이야.
잔병치레로도 60만 원 80만 원 후딱이고, 살 때 398만원인가 줬으니까 이 차보다 비싸.


내가 두발이 산다고 신용카드도 처음 만들고, 인생 처음 할부해가지고 그때부터 힘들어지기 시작했지.
그래서 쉽게 놓을 수가 없어. 애증의 두발이.


지금 배기관이 찌그러졌는데, 센터 사장님 말씀으로는 사람이 변비 걸린 것 같은 복부 팽만 상태래.
라이트가 나가서 밤에는 앞에가 안 보이는데 눈알도 바꿔야할 거 같아.

예술가로 제주에 사는 건 어때?


옛날부터 그랬고, 그림 그리는 모든 사람의 꿈일 텐데 ‘그림만 그리고 먹고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를 꿈꾸지.
근데 그게 안 되니까 그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더 시간을 들여서 돈 버는 일을 따로 해야 해.


또 하고 싶은 ‘그림’이라는 게 노력이나 시간을 엄청 많이 들여야 돼서 이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는 상황에 자괴감을 한 번씩 느껴.
이게 힘드니까 내 나이쯤 되면 포기하는 사람들 되게 많이 생기는데,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아직 막 미친 듯이 아직 최선을 다해보지 않아서 포기할 자격도 없어.


제주 정착기 


제주에 언제, 왜 내려왔어?

2023년 12월 말에 내려와 이제 7개월 차야.
오래 전부터 제주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 서울에서 6년간 살았던 집이 옥탑방인데 내가 옥탑에만 세 번을 살았거든. 옥탑도 잘 고르면 쾌적하게 살 수 있긴 한데 내가 마지막에 살았던 집은 작업하면서 살기는 괜찮았는데, 30대가 되고 하면서 건강면에서도 그렇고 마지막 옥탑방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어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었어. 그래서 어영부영 6년까지 살게 됐지.

그러다 스쳐 지나간 인연의 도움으로 그 집을 나왔는데, 그렇게 고여 있던 물에서 벗어나고 나니까 좀 많은 생각이 들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쯤 번아웃을 겪었던 거 같아. 그리고 거의 동시에 나한테 되게 중요했던 어떤 터닝 포인트를 겪었단 말이야. 그러면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는데, 그동안 내가 너무 스스로를 채찍질만 하고 너무 타이트하게 가둬놓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람들이 삶의 목표가 뭐냐는 질문을 가끔 받잖아. 그러면 항상 고민없이 ‘행복’이라고 딱 대답을 했었거든. 근데 별 생각없이 말로만 대답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더 이상 서울이어야 할 필요가 없겠더라고.

지금은 학교 가는 게 주이기는 한데 오기 직전까지도 프리랜서로 재택으로 디자인 외주 작업을 많이 했거든. 디자인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그냥 할 수 있는 거 다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제주도로 가도 상관없겠더라고. 어차피 컴퓨터로 내가 일을 하고 돈을 벌고 하니까 이 장비 들고 가고 그리고 외주 작업이 잘 안 된다 해도 먹고는 살겠지 하는 그런 무대뽀적인 생각이 있었던 거 같아. 아니 뭐 제주도도 사람 사는 덴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겠지 그런 생각.


일구네 집으로 가는 길 바다, 하늘, 구름... 

일구는 이 뷰 때문에 왕복 1시간 반 거리가 멀지 않게 느껴진단다. 


집은 어떻게 구했어? 

맨 처음 왔을 때 이호테우 쪽에 집을 구했는데 잘못 구했어. 분명히 전입신고가 된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안 되는 집이었던 거야. 그때 막 제주문화예술재단 공모를 며칠 뒤에 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전입신고를 못하면 제주도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 지원을 안 해주잖아. 그것도 있고 나는 아직 청년 지원, 예술 지원 이런 것들을 받을 수 있는 나이인데 전입 신고를 못하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니까 무조건 내가 세대주로 신고가 돼야 했거든. 분명히 된다 해서 들어갔는데 전입신고도 안 되고 다른 문제들도 있었어.
집 주인 아저씨가 방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계시기도 하고, 마당에 심어놓은 나무 관리차 주인 아저씨가 집에 드나들겠다고 하시는 거지. 본인은 나름 조심스러워서 나한테 말하는 것이었을텐데 나는 또 그게 이해가 안 되더라고.

그렇게 첫번째 집 구하기에 실패하고 빨리 전입신고를 할 수 있는 집을 구해야했어. 그래서 처음 집 구할 때 발품 팔았던 부동산 아저씨한테 다시 연락을 했고, 오일장 신문, 교차로도 엄청 뒤졌어.
이미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으니 ‘급하지만 잘 구하자’ 계속 되뇌이면서 ‘내가 안 급했어도 선택할 집인가’하는 질문을 계속 던졌는데 지금 이집이 괜찮았어.



내가 원했던 곳은 시내가 아닌 시골, 제주도 느낌이 나는 동네에, 마당이나 텃밭 같은 게 있는 곳이었거든. 그리고 내가 충분히 활용을 할 수 있는 크기인지, 방 구성과 구조같은 것들도 함께 고려했어. 내가 주로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작업 공간이 따로 있어야 되고 또 짐이 엄청 많거든. 나, 맥시멀리스트! 

이 집은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에서 내가 들어온 거라 깔끔했고, 벽이 편백나무로 돼있어서 처음 들어갔을 때 편백향이 확 나는게 너무 좋더라구. 나중에 살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되게 이상한 부분이 많긴 했는데 대체로 만족스런 편이야.


미니멀리스트인 짱아는 묻는다. 같은 아이템이 왜 여러개야?
“귀여워서 샀다가 못 버리고 계속 가지고 있다가 또 귀여운 게 있으면 사니까”


그녀의 집엔 귀여운 소품들이 많고 하나같이 일구스럽다.
“내 생활반경에 이렇게 귀여운 것들이 있으면 행복하잖아!"

❤️ 일구의 집 구하기 팁!

1. 당근 거래시 집주인 인증 배지가 있으면 실제 그 사람이 서류상 집주인라는 게 인증된 것이니 그 정도 조건은 확인하고 거래하기

2. 네이버카페 (제사모 등), 당근, 오일장신문, 교차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알아보되 원하는 지역과 형태에 따라 시내, 원룸, 아파트는 교차로나 오일장, 시골에 밭 딸린 독채나 구옥은 카페나 당근에 매물이 많으니 참고!

제주도에 오길 잘 한 거 같아?


잘한 것 같아.
난 지금 되게 좋아. 내가 내 삶을 나름대로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 서울에 있을 때는 그 안에서도 되게 행복하고 즐거운 게 많긴 했지만 좀 버텨내는 느낌이었거든.
근데 지금은 이 환경 자체를 내가 선택했고, 이 환경 속의 모든 게 내가 선택한 것들이잖아. 그러니까 느낌이 아예 달라. 하루하루 그래서 되게 신나. 아직 해보고 싶은 게 진짜 많은데 일단 벌려놓은 일들 때문에 바쁘게만 사느라 거의 못 해봤어. 나를 채찍질하던 관성이 남아서 아직 제주도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있긴 한데 그래도 천천히 해볼 수 있잖아.


예술가에게 제주


작업은 어디서 해?

그림이나 영상은 집에서 할 수밖에 없어. 밖에서 하려면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야 하는 게 너무 많아서..근데 인스타툰은 카페에서 그리기도 해. 아이패드만 있으면 되니까.
집 근처에 무인 카페가 하나 있거든. 2천 원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공정무역 커피에 맛도 훌륭해. 또 무인 카페니까 눈치 안 보고 죽치고 있을 수 있어서 좋아. 날씨가 너무 좋아서 놓치기아까운 날엔 거기가 바다 바로 앞이라 거기서 작업을 하지.

제주가 영감을 얻는데 도움이 돼?

처음에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은 역시 예쁜 걸 많이 보고 살아야 된다는 생각을 자주 해. 미대들이 보통 환경이 안 좋아. 공기도 안 좋고 음산하고 뭔가 좀 지저분하고 그런 게 있었던 것 같아. 학교 다닐 때는 그런 환경에 있으니까 사람들이 굉장히 우울한 그림을 많이 그렸거든.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 나는 공간이 주는 힘이 되게 크다고 생각해서 이런 자연이라던가 자기가 좋아하는 거, 예쁜 거 를 많이 봐야 기운이 맑아지고 작업에도 그런 긍정적인 기운을 담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거든. 제주에서는 일상 속에서 환기가 많이 되니까 그게 너무 좋은 에너지원이 되는 것 같아. 예쁜 풍경을보면 아- 저거 그리고 싶다 이런 생각 들 때가 많거든.


제주 일상


일구네 동네는

의외로 사장님 혼자 하는 조그마한 가게들도 있고 이렇게 제주 돌담 이런 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동네가 되게 귀여워. 아침에 일어나면 새 소리가 엄청 많이 들리거든. 방에서도 아침부터 그냥 기분이 좋은 거지. 되게 쫑알쫑알 예쁘게 지저귀는 소리가 나고 밤에는 벌레가 많아. 조용하고 뭔가 막 너무 거대하거나 인위적인 그런 것들이 적고 어르신들도 되게 좋으셔. 일몰도 이쁘고, 카페랑 숙소도 많아. 


❤️ 일구의 추천 동네 마트 <좋은 마트>
회가 신선하고 저렴해. 뱃살 모둠회(기름지고 맛있는 뱃살만 모아둠) 추천! 판매하시는 분들이 젊은 청년들인데 가면 되게 열심히 밝게 인사하면서 썰어주셔. 겨울엔 방어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주소 : 애월읍 일주서로6677
-전화번호 : 064-799-2277
-운영시간 : 07:00-22;00 (연중무휴)


텃밭을 가꾸네? 

원래 고향이 시골이라 엄마아빠 하는 것만 봤지 내가 가꿔보는 건 처음이야. 다이소에서 씨를 사서 뿌렸는데, 나도 농사가처음이니까 발화가 그렇게 다 될 줄 몰랐어. 상추랑 루꼴라가 무섭게 자라서 많아지니까 소화를 못 시키는 상황이 돼더라구. 이번엔 적당히 심으려고.
진짜 텃밭에 매일 갔었는데, 최근에 서울 갔다 오느라고 한 일주일 방치했더니 잡초가 무성해. 요즘은 모기가 많아서 풀 뽑기도 힘들어. 


내가 보통 집에서 음식을 다 해 먹는데, 제주는 고기, 해산물, 야채, 과일 등 식재료가 좋잖아. 요즘은 바빠서 초대를 잘 안하는데 어릴 때부터 뭘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했어. 요리를 좋아해서 어릴 때 요리대회도 두 번 나가고 서울에 있을 때 셰프들이랑 같이 요리 봉사하고 막 그랬었거든. 그때 알았어, 재밌는 거 더하기 재밌는 거가 진짜 재밌구나. 요리를 좋아하고 봉사를 좋아하는데 둘 앞을 합쳐놓으니까 너무 즐거운 거야.  그래서 플로빙 너무 해보고 싶어. 


정성스런 일구의 한상 차림! 피클도 발사믹과 매실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 

손님이 올때 많이 산 토마토도 다 못 먹을 것 같아 피클을 만들었단다.

텃밭을 가꾸다 보니까 이런 걸 더 하게 되는 거 같아. 밭에 딜이 있으니까 연어를 해야겠다. 바질이 많으니 피자를 만들어볼까 하는 거지. 얼마 전에 또 애호박이 이만하게 나와가지고 고추장찌개를 해먹었어. 


많은 사람들이 리틀포레스트 같다는 얘기도 하고, 이런 기대로 제주에 올 텐데 사실 현실은 잡초 관리, 벌레와의 싸움이야. 근데 확실히 씨앗부터 키우니까 애들이 어떻게 생긴지 확실히 알게 되고, 잡초를 구분할 수가 있게 되긴 했어.



시골살이 에피소드


<가스비 폭탄> 인스타툰으로 보기

가스비 고지서 받고 0 하나 더 붙은 거 아닌가 의심했어. 자그마치 41만원이 나온 거야! 방이 3개에 거실인데 거실 잠가놓고 방 하나 잠가놓고 그렇게 빵빵 틀지도 않았거든. 가스비 비싸기로 악명이 높으니까 많이 나오겠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어둠 속 마감

며칠 전 교육이 많은 날이라 밤늦게 들어왔거든. 원래 늘 돌아가고 있는 냉장고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꺼져 있는 거야. 정전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두꺼비집이 내려간 거더라고. 그래서 올렸다? 다시 내려가는 거야. 또 올렸다? 또 내려가. 그날 내가 이 영상 작업 외주 들어온 게 있어가지고 콘티 작업을 무조건 했어야 됐어. 빨리 해서 보내줘야 되는 상황이라 급하게 하나로마트 가서 손전등 사와서 그걸로 켜놓고 암흑 속에서 되게 불쌍하게 마무리 했어.
다음 날 또 일찍 수업을 일찍 가야해서 집주인분께 상황 말씀드리니 고쳐주신다고 비번 알려달라셔서 알려드렸는데, 집에 돌아와보니까 그대로인 거야. 결국 몇일에 걸쳐 어르고 달래 고쳐지긴 했지만 아빠한테 말하면 바로 쉽게 해결됐던 일들을 이렇게 힘들게 처리해야 하는 현실이 서러웠어.

제주살이 어려움 


정서적 외로움은 없어?

내가 제주로 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외롭지 않겠냐고 되게 많이 물어봤었거든. 근데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제주도로 오면서 친구, 가족들한테 도움을 되게 많이 받았거든. 올 때도 오고 나서도… 그러면서 내 주변의 지인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다시 엄청 크게 깨달으니까 일단 마음이 든든하잖아. 이 마음이 채워지니까 외롭지가 않았고, 아는 사람이 없어? 만들면 되지! 친구가 없어? 사귀면 되지! 약간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있어서 외롭지 않아.
그리고 일단 올해는 내가 진짜 열심히 살기로 한 해거든. 내 나이가 내년에 청년 지원을 받는 마지막 때라 지원을 받아 개인전을 하고 싶단 말이야. 내년이 마지막 기회이다 보니까 올해 열심히 작업을 해놔야 내년에 뭐라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니까 올해는 진짜 열심히 살기로 해서 거기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외로울 틈이 없어. 

그리고 또 나가서 아이들 만나고 어르신들 만나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보니 막 엄청 외롭다는 생각은 안 들어. 동네 어르신들도 관심 가져주시고, 주차 저기다 해라 이렇게 해라 막 이렇게 알려주시고 하다 보니까 특별히 외롭다 이런 거 없어. 

외로움은 없는데 서러울 땐 있어. 이게 구옥을 리모델링 한 거다 보니까 집이 문제가 한 번씩 이렇게 팡팡 터진 적이 있거든.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보일러가 터졌다던가. 두발이의 사망 선고를 받았을 때 현타가 오더라.


<두발이와의 이별> 인스타툰으로 보기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아예 없다 보니까 모임을 몇 군데 들어갔거든. 그림 모임, 플로깅 하면서 그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특유의 뭔가 예쁜 걸 알아보는 감각들이 있거든. 그렇게 약간 통하는 부분들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니 재밌긴 하더라. 본인의 환경을 제주로 바꿀 정도의 용기를 한번이라도 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되게 멋있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


❤️ 일구의 추천 커뮤니티 앱  

-소모임  : 국내 최대 오프라인 모임 앱, 거주지 근처에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
-문토 : 동네친구 소모임 앱, 취미기반 소모임, 원데이 클래스 등

생활비는 얼마나 들어?
고정 비용이 꽤 많이 나가. 여기 집값(년세)에, 생각지 못하게 겨울에는 가스비가 어마어마하게 나오고, 작업용 장비들이 이렇게 많다 보니까 전기세도 꽤 나와. 이젠 차도 생겨서 기름값도 좀 많이 들겠지? 아직 컴퓨터 할부가 나가고 있고, 얼마 전에 두발이 심장이 고장나서 이식 수술하느라고 그것도 할부로 했어.
지금 생산 활동하는 걸로 해결은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거의 한 달 벌어서 그냥 그거 쓰고 따로 모을 수 있는 돈은 없어. 사실 제주에 오면서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가지고 그나마 있던 주택 청약도 깨서 이제 완전 0에서 시작한 셈이지. 


예술가의 생계, 일(Work)


1. 학교에서 아이들 교육
오기 직전까지는 이제 외주 작업이 거의 주였는데, 지금은 아주 드문드문 외주 작업을 하고, 본격적으로 교육을 주업으로 하고 있어.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이 있고 그냥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뭐든 하면 되잖아? 근데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애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 확실히 맑은 느낌이 있거든.  그래서 요즘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미술과 영상 가르치는 걸 주로 하고, 노인복지회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 시니어분들과 복지관 옥상 벽화작업도 하고 있어. 

이 일은 어떻게 구했어? 
서울에서 문화예술 교육사 자격증을 따뒀었고, 제주 와서 도서관, 교육청, 공공기관의 문화관련 부서 등 인력풀에 등록해뒀더니 그걸 보시고 연락이 왔어. 


2. 인스타툰  일구의 제주살이 일상툰 보기

검색해보니 제주도 관련된 인스타툰은 없는 거야. 그래서 괜찮겠다 싶어 제주살이 인스타툰을 시작을 했어. 제주엔 볼 거리가 많기도 하고, 이런 시도를 하게 만들어주는 게 분명히 있는 거 같아.
그때그때 내가 느낀거, 경험한 걸 적어뒀다가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일단 콘티북에 콘티를 짜고, 스토리를 만들고, 노트에 스케치를 가볍게 한 다음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 작업할 때는 약간 완벽주의가 생겨. 사람들은 취미로 하는거라 생각하는데 나는 이게 내 일이 됐으면 좋겠어. 

아직 돈이 되진 않는데 얼마전에 웹툰 협업 문의가 들어왔었어. 어쨌든 이런 활동들이 작가로서나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긴 하는 건 맞는 거 같아.

커리어에 대한 고민은 없어? 
오히려 제주에 기회가 더 많은 것 같아. 왜냐면 내가 제주에 와서 초반에 이 학교 일을 구했잖아. 그때 느꼈던 건데, 서울에 일자리가 더 많다고 해도 그걸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일자리보다 훨씬 더 많아, 너무 많아. 그래서 학교나 재단의 교육 지원사업 같은 거 뭐 하나만 해도 하려는 사람들이 진짜 너무 많거든. 그게 너무 치열하단 말이야. 근데 제주가 육지에 비해 사업 수는 적겠지만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은 거 같아. 육지에 비해 치열함이 덜하고 내가 해볼 수 있는 게 더 많은 느낌이랄까? 


 ❤️ 일구의 일 구하기 팁!  

1. 관련 자격증을 따고, 특수한 분야도 오케이!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까 스펙을 안 볼 순 없어. 당연히 좋은 학교를 나오면 높게 쳐주고 국가자격증이 있으면 더 좋은데, 학교뿐만 아니라 미술관, 문화센터, 박물관 같은 기관들에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있는 사람이 꼭 한 명은 채용되어 있어야 되는 그런 법이 있거든. 그걸 따면 제일 좋고 민간 자격증을 따서 하시는 분들도 많아.
누구든 준비하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요즘에 다양한 콘텐츠로 강사를 많이 구하더라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악기나 체육, 미술 안에서도 되게 다양하게 나뉘거든. 웹툰, 코딩, AI 등 정말 다양하니 아직 수요가 많지 않은 분야여도 괜찮을 거 같아.

2. 교육청 사이트 공고 수시 확인하기
교육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학교, 센터 이런 데서 모집 공고가 올라온단 말이야. 근데 이게 되게 급한 일정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더라고. 예를 들어 다음 주에 시작하는 거를 지금 공고를 올린다든가. 그래서 수시로 교육청 사이트를 들어가봐야 해.매일 확인하는 게 좋지. 특히 학기 시작 전 방학 시작 전 이런 때 집중적으로 올라오니까 잘 보고, 계약 기간도 다 다르니 여러곳에서 할 거라면 스케줄 관리를 잘 해야해. 그리고 학교마다도 대상과 내용이 달라서 매일 고민해야 돼. 재료도 다 직접 준비하고 예산까지 잘 정리해야 돼.

그녀의 고민 


일단은 경제적인 게 자꾸 발목을 잡는 게 크기는 하지. 내가 돈머리가 없는 편이라 돈 생각하는 게 너무 힘들단 말이야. 근데 자꾸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고, 해결책을 계속 내야 하고 끊임없이 그것 때문에 다른 모든 것들이 발목 잡혀버리니까 그게 항상 고통을 줬었지.

지금도 뭐 명확하게 ‘직업이 뭐예요?’ 하면 한마디로 얘기를 할 수가 없어.
그래서 구구절절 다양한 설명을 붙여야 되고, 이거에요! 하고 딱 떨어지는 대답보다는 설명이 붙어야 하지만 지금 상태가 좋긴 해. 하고 싶은 일들을 어쨌든 긁어모아서 어떻게든 하고 있는 거니까…

지금도 여전히 경제적으로 넉넉하거나 여유 있거나 어떤 안정적인 길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굉장히 불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작년 재작년보다는 나아졌고, 지난 분기보다 지금이 좀 더 나아졌다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나아지지 않을까?




그녀의 제주살이 tip 3


1. 나에 대해 알기
내가 사는 환경을 바꾼다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아. 상당히 많은 노력과 고민과 고통도 따를 수 있어. 내가 어딘가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 과연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고, 자본주의 사회잖아. 밥을 먹고 살아야 되고 집을 구하면 집값을 내야 될 거고 그러니까 내가 뭔가 새로운 곳에 가서 나를 부양할 만큼의 경제활동을 할 아이템, 생존전략이 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
그리고 없다면 준비를 해야 여기서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거고, 그게 없이는 굉장히 힘든 곳일 수 있어. 그건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말야. 


2. 환상이나 도피는 금물
나도 시골 출신이고, 귀농귀촌해서 실패하는 사람들의 사례도 많이 접했단 말이야. 근데 그 사람들이 보면 귀농 귀촌을 하기 전의 삶과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펼쳐질 거란 환상 같은걸 가지고 있거나, 내가 가는 곳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열린 마음을 갖지 못해서 실패하고 다시 돌아가거나, 또 다른 제3의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너무 큰 환상을 갖거나 이곳이 싫어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게 아니었으면 좋겠어.

3. 기존 문화 존중
어쨌든 내가 새로운 곳으로 가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기존의 그곳의 문화나 삶의 방식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려 하고, 먼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해. 제주 사람들이 텃새가 세다,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친다 뭐 이런 얘기들이 있잖아. 근데 사실 나는 그런 걸 못 느껴봤거든.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내가 이방인으로서 기존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영역 속에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고 노력을 하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

특히 예술가라고 너무 쓸데없이 폼 잡지 않았으면 좋겠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면서 해야지 나만의 세계에 너무 갇혀있지 말고, 열심히 어울리고 둘러보고 하면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 그래야 더 깊은 작업도 가능하고, 오감을 열어놓고 좀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살면 훨씬 풍성한 창작의 세계가 펼쳐지지 않을까해. 제주가 진짜 너무 멋지잖아.

그녀의 꿈

옛날부터 우리 가족이 워낙 돈독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라 그런지 나도 그런 가정을 꾸리는 게 오래된 꿈이었어. 사랑이 넘치는 행복하고 진짜 단란한 우리 엄마 아빠 같은 삶을 사는 거. 그거는 무조건 하고 싶은 거고 그리고 세상에 내가 만든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 그림이든, 디자인이든, 영상이든 뭔가 내가 만든 것들이 많아지고 그게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서  그걸 접하는 사람들한테 0.1g이라도 즐거움을 주거나 했으면 좋겠어. 작품 활동이나 디자인을 할 때도 그런 마음을 담아서 해. 만약 내가 전시를 열면 전시장에 들어와서 그림을 보고 나가는 사람들이 전시장에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조금 더 즐거운 상태로 나갔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어. 


아! 그리고, 일단 내가 올해 진짜 하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해녀 학교였는데 떨어졌단 말야. 근데 나중에 결원이 생겼다며 추가 합격 연락을 받았어. 그때 난 이미 이런저런 일정이 많았고, 바꿀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너무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했고, 내년에 해야겠구나라고 마음을 정리를 했거든. 내 이름이 굉장히 특이하기 때문에 기억하시지 않을까? 내년에는 진짜 꼭 다니고 싶고 또 내년에 제주에서 청년 지원을 받으면서 작업을 하고 싶어. 그래서 내년엔 그 두 가지를 중요한 목표로 가져가려구. 

내년에 우리 일구 꼭 해녀학교에  합격하고 지원사업들도 턱턱 붙길 지금부터 기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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